ITLOS, 미국의 심해저 채광 우회 전략에 제동

ISA 조사 자체는 허용…“적법절차와 공정성은 반드시 지켜야”

2026년 7월 18일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해저분쟁재판소가 내린 잠정조치 결정은 단순한 심해저 채광 찬반 논쟁을 넘어선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11부가 구축한 다자간 심해저 규율 체계와, UNCLOS 비당사국인 미국의 국내법에 기반한 별도의 채광 허가 경로가 충돌했을 때 국제재판소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데 있다.

재판소는 국제해저기구(ISA)의 조사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않았다. 다만 ISA가 NORI와 TOML을 상대로 비준수 가능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와 공정성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기업 측의 완전한 승리도, ISA의 전면적 승리도 아니었다. 재판소는 조사 권한은 인정하면서도, 국제기구의 규제 권한 역시 사법적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 구조

이번 사건은 두 건으로 나뉜다.

  • Case No. 34, Nauru Ocean Resources Inc. v. 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 Case No. 35, Tonga Offshore Mining Ltd. v. 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신청인은 각각 나우루와 통가의 후원을 받는 ISA 탐사계약자 NORI와 TOML이며, 피신청인은 국제해저기구다.

NORI와 TOML은 모두 캐나다계 심해저 채광 기업 The Metals Company(TMC)의 완전자회사다. TMC는 캐나다 밴쿠버를 중심으로 경영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미국 자회사 TMC USA를 통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심해저 채광 허가 절차도 병행해 왔다.

겉으로는 민간기업과 국제기구 간 계약분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캐나다계 모회사, 나우루와 통가가 후원하는 ISA 계약자, 미국 자회사, 미국 규제기관, 그리고 ISA 체제가 동시에 얽혀 있다.

특히 NORI 사건에는 계약 연장 문제가 추가됐다. NORI의 ISA 탐사계약은 2011년 7월 22일 체결돼 2026년 7월 22일 만료될 예정이었고, NORI는 같은 해 1월 19일 계약 연장을 신청했다.

이 때문에 ISA의 조사 결과가 단순한 평판 문제를 넘어 계약 연장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ISA는 왜 조사에 착수했나

분쟁의 출발점은 2025년 7월 21일 ISA Council이 채택한 결정문 ISBA/30/C/19였다.

Council은 계약상 비준수 위험이 있는 계약자를 대상으로 사무총장이 추가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ISA 계약 표준조항 section 10.3과 section 27을 근거로, Area에서의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행위가 UNCLOS와 1994년 이행협정이 형성한 다자 법질서에 부합하는지 점검하도록 했다.

결정문은 다자 법체계에 반할 가능성이 있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행위를 특별히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요구했다.

이후 ISA 사무총장은 2026년 1월 15일 Circular/2026/001을 발송했고, 21개 계약자 전원이 2월까지 답변을 제출했다.

모든 계약자는 비준수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두 계약자는 Council 결정과 회람 자체의 적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분쟁해결 권리를 유보했다.

ISA 법률기술위원회(LTC)는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Council의 조사 절차가 UNCLOS 및 계약 표준조항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이른바 “unilateral regimes”, 즉 일방적인 국내법 체제가 UNCLOS와 ISA의 다자 규율 틀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NORI와 TOML은 2026년 3월 16일 서한을 통해 자신들이 추가 조사 대상임을 통보받았다.

다만 ISA Council은 3월 19일 결정문 ISBA/31/C/18에서 이 단계를 “possible non-compliance에 대한 특별한 주의”라고 규정했다. 이는 비준수 사실이 확정됐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동시에 Council은 조사 과정에서 적법절차, 투명성, 공정성을 보장하고 계약자와 후원국에 충분한 응답 기회를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준은 이후 ITLOS가 ISA의 조사 절차를 통제하는 직접적인 법적 기준이 됐다.


미국의 개입은 ‘군사 개입’이 아니라 ‘제도적 개입’

이번 사건을 일반적인 계약분쟁과 구별하는 핵심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은 UNCLOS 당사국이 아니다. 따라서 ISA의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당사국과 같은 방식으로 심해저 채광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국은 자국법을 통해 별도의 심해저 채광 허가 체계를 운영해 왔다.

미국은 2025년 4월 행정명령 14285를 통해 해저광물 개발 가속화를 지시했다. 이어 NOAA는 2026년 1월 Deep Seabed Hard Mineral Resources Act, 즉 DSHMRA에 따른 탐사면허와 상업회수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이 제도 변화 속에서 TMC USA는 NOAA에 심해저 채광 관련 신청을 제출했다.

2026년 7월 기준 NOAA 공개 자료에는 TMC USA의 탐사 신청 두 건과 통합 신청 한 건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TMC USA가 신청한 일부 구역이 NORI와 TOML의 ISA 계약구역과 중첩된다고 설명했다.

TMC 역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 DSHMRA 경로에 대한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NOAA 절차가 기존 ISA 탐사계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ISA가 우려한 지점은 바로 여기다.

TMC는 ISA 체제 안에서는 나우루와 통가의 후원을 받는 계약자를 통해 활동하면서, 동시에 미국 자회사를 통해 UNCLOS 밖의 국내법 경로도 추진했다.

법적으로 보면 미국의 개입은 군사적이거나 외교적인 직접 개입이 아니다.

비당사국 미국의 국내 인허가 체계가 UNCLOS 당사국의 후원을 통해 형성된 ISA 계약권과 중첩되기 시작한 제도적 개입이다.

‘우회 전략’이라는 표현 역시 단순한 정치적 비판만은 아니다. ISA 문서가 직접 언급한 “unilateral regimes”와 TMC의 SEC 공시는 미국 경로와 ISA 계약을 동시에 유지하려는 병행 전략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ITLOS는 최종 관할권을 확정하지 않았다

7월 18일 결정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관할권이다.

재판소는 최종 관할권을 확정하지 않았다. 잠정조치 단계에서 필요한 prima facie 관할권만 인정했다.

해저분쟁재판소는 UNCLOS 제187조(c)가 NORI 및 TOML 사건에서 잠정적으로 관할권의 기초를 제공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종 관할권 문제는 본안 단계에서 다시 심리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을 두고 “ITLOS가 관할권을 확정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정확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ITLOS는 잠정조치 단계에서 prima facie 관할권을 인정했지만, 최종 관할권 판단은 본안에 남겨두었다.


핵심 법리는 UNCLOS 제189조와 적법절차

이번 결정의 법적 핵심은 UNCLOS 제189조 해석에 있다.

ISA는 자신에게 부여된 재량권 행사에 대해 해저분쟁재판소가 심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소는 두 가지를 구분했다.

하나는 ISA의 정책적 또는 행정적 판단을 재판소가 대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판단 과정에서 적법절차가 지켜졌는지를 심사하는 것이다.

재판소는 ISA의 재량적 판단 내용을 직접 대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더라도, 그 재량권이 행사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와 공정성이 보장됐는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소는 적법절차 준수 여부가 ISA의 재량권 내용 자체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았다.

이 판단은 국제기구의 규제 권한에도 절차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재판소가 보호한 것은 ‘채광권’이 아니라 ‘절차적 지위’

재판소는 NORI와 TOML이 주장한 due process and fair treatment 권리가 잠정조치 단계에서 plausible, 즉 개연성 있는 권리라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권리가 포함된다.

  • 어떤 의혹과 쟁점이 제기됐는지 알 권리
  • 제기된 문제에 실질적으로 답변할 권리
  • 자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적법하고 투명하며 공정한 절차를 통해 내려질 권리

재판소는 이러한 절차적 권리가 사후 금전배상만으로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사나 계약 연장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적시에 소명할 기회를 잃는다면, 이후 보상을 받더라도 그 손해를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ITLOS가 보호한 것은 심해저 채광권 자체가 아니었다.

재판소가 우선적으로 보호한 것은 기업들이 ISA 절차에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절차적 지위였다.


ISA 조사는 중단되지 않았다

NORI와 TOML은 ISA 조사 자체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ISA는 비준수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수 있다. 다만 다음 조건을 지켜야 한다.

  • 관련 법체계와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조사할 것
  • 조사 절차와 질문 내용을 명확히 알릴 것
  • NORI와 TOML이 실질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할 것
  • 분쟁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피할 것
  • 당사자 간 협력을 유지할 것

재판소는 양측에 2026년 8월 31일까지 잠정조치 이행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NORI와 TOML 사건은 완전히 같지 않다

두 사건은 유사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NORI 사건에는 계약 연장 문제가 포함됐다.

NORI의 탐사계약이 2026년 7월 22일 만료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재판소는 ISA 조사뿐 아니라 계약 연장 절차에서도 적법절차가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반면 TOML 사건은 조사 절차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계약 연장에 관한 별도 잠정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NORI 사건: 비준수 조사와 계약 연장 절차
  • TOML 사건: 비준수 조사 절차

이 차이는 향후 본안과 ISA의 후속조치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ITLOS는 미국 경로의 위법성을 판단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서 재판소는 미국 NOAA 경로가 국제법상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핵심 쟁점은 모두 본안에 남아 있다.

  • TMC 및 관련 기업의 미국법 경로 활용이 ISA 계약상 비준수에 해당하는가
  • UNCLOS 제136조의 인류 공동유산 원칙과 충돌하는가
  • 나우루와 통가가 후원국으로서 충분한 주의의무를 이행했는가
  • 미국 국내법에 따른 채광 허가가 ISA 체제와 양립할 수 있는가
  • 동일하거나 중첩된 해역에 대해 미국과 ISA가 각각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가

따라서 이번 잠정조치는 기업의 미국 경로를 합법화한 결정이 아니다.

재판소의 메시지는 훨씬 제한적이다.

미국 경로의 적법성은 나중에 판단할 수 있지만, ISA는 그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국제기구의 규제 권한도 사법통제 대상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의미는 ISA가 심해저 국제공공질서를 보호한다는 명분만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생략할 수 없다고 확인한 데 있다.

ISA는 UNCLOS 제11부 체제에서 인류 공동유산을 관리하는 핵심 국제기구다. 그러나 그러한 공적 임무가 무제한적인 행정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계약자에 대한 조사, 추가 정보 요구, 비준수 판단, 계약 연장 심사와 같은 절차는 투명성, 공정성, 응답권을 보장해야 한다.

국제기구 역시 법치주의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이 이번 결정에서 다시 확인됐다.

동시에 기업 역시 승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ISA는 조사를 계속할 수 있고, 미국 국내법을 활용한 병행 전략이 ISA 계약과 UNCLOS 체제에 위배되는지는 여전히 판단 대상이다.


미국의 우회 전략과 UNCLOS 질서의 충돌

이번 사건은 향후 심해저 채광 질서를 둘러싼 더 큰 충돌의 시작일 수 있다.

UNCLOS는 심해저를 인류 공동유산으로 규정하고, 국가 후원과 ISA 계약을 통해 자원을 관리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미국은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채 자국법에 의한 별도 허가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기업은 두 체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양쪽을 동시에 활용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동일 기업집단이 ISA 계약과 미국 국내 허가 절차를 병행하고, 신청 구역까지 중첩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사업전략 문제가 아니다.

향후 심해저 자원에 대한 국제법적 권원, 국가 관할, 계약자의 의무, 후원국 책임, 국제기구의 규제 권한을 둘러싼 근본적 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결론: 승패를 가른 기준은 ‘적법절차’

7월 18일 ITLOS 잠정조치 결정은 미국의 심해저 채광 경로가 합법이라고 선언한 결정이 아니다.

ISA의 조사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결정도 아니다.

재판소는 ISA가 조사를 계속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국제기구라 하더라도 기업의 권리와 계약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절차를 진행할 때는 적법절차와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사건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비당사국 법체계를 활용한 상업적 병행 전략이 ISA 체제와 충돌하자, ITLOS는 그 전략의 실체적 위법성 판단은 본안으로 남겨두면서도 ISA의 조사와 계약 연장 절차에는 사법적 통제가 미친다고 선언했다.

미국 변수와 우회 전략은 분쟁을 촉발한 핵심 배경이었다.

그러나 7월 18일 잠정조치의 승패를 직접 가른 기준은 심해저 채광 정책도, 미국의 영향력도 아니었다.

결정적인 기준은 결국 적법절차였다.

· ·

Comments

Leave a comment

Check also

View Archiv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