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양경찰에게 국제해양법은 필수인가, 그런데 왜 배울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해양에서 법은 곧 힘이다.
각국이 자국의 EEZ를 주장하고, 어장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며, 공해에서 선박을 검색하려는 순간마다 우리는 법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 바로 ‘국제해양법’이다.

나는 해양경찰로서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수많은 상황 속에서 이 ‘법의 힘’을 절감해왔다. 콜롬비아 해군 교육원에서 마약단속 훈련을 받을 때도, UNODC의 해양법집행 교범을 들여다볼 때도, 또 각국 법집행기관과 통역하며 마주앉을 때도, 우리가 국제해양법에 더 강해져야 한다는 당위는 점점 분명해졌다.

문제는 ‘기회’다

그러나 한국의 해양경찰에게 국제해양법을 제대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정규 코스는 없다.

학자(연구원)나 외교관들이 로즈 아카데미(Rhodes Academy), ITLOS 연수, 유엔 해양법 관련 교육 등에 참여하는 동안, 해양영토를 지키는 해양경찰은 그러한 기회에서 배제되어 있거나, 정보조차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제분쟁은 국경선이 아닌 바다 위에서도 매일같이 벌어진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해양경계가 미확정된 상태이며, 그 경계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조직은 바로 해양경찰이다.
그런데도 실무자들은 해양경계의 법리, UNCLOS상의 정당한 조치, 선박 검색의 조건, 불법어업 단속의 법적 근거 등을 ‘실무경험’만으로 감당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 위험하고 또한 슬픈 일이다.

우리가 울었던 이유

2019년,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를 방문했을 때였다. 나는 대한민국 국제기구 대표부에 있는 국제해양법의 최전선에 서 있는 외교관들을 만났다.
그날, 우리 대표단 중 몇몇은 눈물을 흘렸다.(이준열 열사 기념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우리가 그간 얼마나 이 영역에서 소외되어 있었는지,
얼마나 중요한 싸움이 바다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무엇이 필요한가?

이제는 해양경찰도 국제해양법의 플레이어로 나서야 할 때다.
단순한 ODA 활동이나 외사 통역이 아니라,
국제법적 판단과 법률적 조치가 가능한 실질적 법 집행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1. 국제해양법 기초과정 – UNCLOS, ITLOS 판례, 항행의 자유, 영해/EEZ 개념 등
  2. 해양안보와 국제법 연계과정 – IUU(불법어업), 마약, 인신매매, 무기 이전 관련 국제조약 학습
  3. 국제협상과 해양분쟁 대응 시뮬레이션 – 국제재판소 모의재판, 교섭 시나리오
  4. UNODC/IMO/ITLOS 협력 연수 프로그램 참여 확대 – 해외 교육기관과의 MOU 체결 추진

결론: 국제해양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전략이다

미래의 해양은 단순한 구조와 단속의 공간이 아니다.
법적 지식 없이는 어느 순간 우리 스스로가 ‘위법한 존재’로 몰릴 수 있다.

지금이 해양경찰이 국제해양법에 눈을 뜨고,
배워야 할 때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길을 열어야 한다.
내가 그 첫 목소리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바로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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